주짓수 역사에 대해 파헤치다 15탄 – 주짓수 대회 룰의 진화와 기술 흐름의 변화

2025년 05월 24일 by WeekN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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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 역사에 대해 파헤치다 15탄 – 주짓수 대회 룰의 진화와 기술 흐름의 변화
주짓수 역사에 대해 파헤치다 15탄 – 주짓수 대회 룰의 진화와 기술 흐름의 변화


브라질리안 주짓수의 진화를 생각할 때, 보통은 계보나 전설적인 파이터들, 새로운 서브미션 시스템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BJJ의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큰 영향력 중 하나는 인물이 아니라, 바로 룰북이다. 초기 챌린지 매치부터 오늘날의 정형화된 대회까지, ‘승리의 기준’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BJJ가 어떻게 훈련되고, 싸우고, 진화하는지를 끊임없이 바꿔왔다. 이번엔 BJJ 룰이 어떻게 바뀌었고, 그게 어떻게 기술과 문화를 바꿔놓았는지 이야기해보자.

🥋 무규칙 시대: 발레 투도와 실전 주짓수
처음엔 점수도, 어드밴티지도, 심판도 없었다. 대신 발레 투도(Vale Tudo)가 있었다. 말 그대로 “거의 모든 게 허용된” 싸움이었다. 금지된 건 눈 찌르기와 깨물기뿐. 시간제한도 없었고, 경기 종료는 KO, 서브미션, 혹은 코너에서 수건 던지기로 끝났다.

이런 환경에선 전략이 단순했다. 살아남고, 끝낸다. 기술은 컨트롤, 방어, 진짜 맞을 상황에서도 통할 수 있는 서브미션 중심이었다. 가드 운영은 보수적이었고, 탑 포지션이 최우선이었다. 탈출이 스윕보다 중요했고, 점수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냥 죽지 않는 게 핵심이었다.

🔢 스포츠 주짓수의 탄생
BJJ가 길거리 싸움과 도장을 넘어서 대중화되자, 안전하게 실력을 겨룰 방법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1960~70년대 브라질에서 점수 기반의 대회가 등장했다.

초기 룰은 포지션 컨트롤을 점수화했다. 마운트, 백 테이크, 가드 패스에 점수를 줬고, 테이크다운도 점수화됐지만 상대적으로는 약했다. 전체 방향은 ‘실전에서 유효한 포지션’을 기술적으로 평가하자는 개념이었다. 반복 가능한, 안전한 경쟁을 위해서였다.

📈 IBJJF 시대: 구조와 표준화
1990년대, IBJJF(국제 브라질리안 주짓수 연맹)가 창설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헬리오와 카를로스 그레이시 주니어가 현대 룰을 정립했다. 시간제한, 체급, 벨트 체계, 도복 규정, 포인트 세부 규칙 등 지금 우리가 쓰는 룰의 기본 틀이 이때 만들어졌다.

그런데 룰은 단순히 질서를 세운 게 아니라, 아예 경기 양상을 바꿔버렸다.

포인트 중심이 되자 선수들은 ‘룰에 맞게’ 훈련하기 시작했다. 서브미션만큼이나 가드 패스를 제대로 따내는 게 중요해졌다. 마운트 3초 버티면 점수, 움직이지 않으면 패널티. 이러다 보니 점수를 위한 게임플랜이 전면에 나섰고, 발레 투도 스타일은 점점 멀어졌다.

⚖️ 어드밴티지 시스템의 등장과 논란
IBJJF가 추가한 ‘어드밴티지’ 룰은 지금도 논쟁거리다. 거의 기술을 성공시켰지만 포인트가 주어지지 않을 때 0.5점 같은 느낌으로 주는 시스템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한 의도였지만...

현실은? 오히려 경기 초반 어드밴티지 한 번 따낸 뒤, 경기 내내 도망치는 전술이 늘었다. 이런 매치가 많아지며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이게 진짜 주짓수야, 아니면 룰 게임이야?"

🚫 힐훅과 리핑 금지의 시대 (그리고 최근의 변화)
수십 년간 IBJJF는 힐훅과 리핑을 금지했다. 이유는 안전. 그 결과, 도복을 입는 BJJ에서는 레그락 시스템이 거의 정체됐다. 스트레이트 앵클락 정도만 쓰였고, 그 외는 금기시되었다.

하지만 ADCC나 EBI 같은 서브미션 온리 대회에서는 레그락이 대세였다. 결국 두 개의 평행 세계가 만들어졌다. 한쪽은 다리 공격이 주류, 다른 한쪽은 완전히 외면.

2021년, IBJJF는 블랙벨트 노기 부문에 한해 힐훅과 리핑을 허용했다. 이제 레그락은 메인스트림이 되었고, 기존 기술 체계 속에 본격적으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 시간제한이 만들어낸 리듬
대회에서 시간제한은 필수다. 하지만 그 제한은 경기 흐름뿐 아니라 훈련 방식까지 바꿔놨다. 5분짜리 화이트벨트 매치, 10분짜리 블랙벨트 결승. 이 안에서 선수들은 시계를 조절하고, 에너지를 아끼며, 타이밍을 맞춘다.

이걸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실전엔 시간제한이 없는데 왜 제한 안에서 싸우는 훈련을 하냐?” 반면 “제한 안에서 이기는 것도 실력”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 전략적 마인드셋은 어드밴티지용 스윕, 라펠 그립 지연 전략, 경기 종료 직전 테이크다운 시도 같은 기술적 유행을 만들어냈다.

⚔️ ADCC와 노기의 폭발
ADCC 룰은 IBJJF와 완전히 다르다. 경기 전반부엔 점수가 없고, 서브미션은 대폭 허용된다. 위험을 감수한 공격, 과감한 레슬링, 스크램블을 유도하는 구조다.

이 룰 덕분에 ‘서브미션 그래플링 전문 팀’이 탄생했다. 다나허 데스 스쿼드, 아토스 노기, 텐스 플래닛. 이 팀들은 백테이크 체인, 레그 엔탱글먼트, 플로팅 패스, 연속 서브미션 전략을 시스템화했다. 점수가 아니라 탭을 우선시하는 이 룰은 훈련방식 자체를 공격적으로 바꿨다.

📉 서브미션 온리: 원점으로 돌아가는가?
EBI, Polaris, GrappleFest 같은 대회는 아예 점수제를 거부했다. 서브미션으로 끝내는 룰을 도입하고, 경우에 따라 연장전(오버타임) 방식도 추가했다. 이건 말 그대로 “상대의 항복을 받아내라”는 원초적 철학을 다시 꺼낸 것이다.

예컨대 EBI에선 오버타임이 백 컨트롤 혹은 암바 포지션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선수들은 이 포지션만 수십 시간씩 연습한다. 굉장히 ‘순수한 예술’ 같지만, 동시에 그만의 메타와 트릭도 만들어내고 있다.

🌀 룰은 훈련을 바꾼다
룰이 경기만 바꾸는 게 아니다. 도장의 문화도 바꾼다. IBJJF 스타일 도장에선 가드 패스 드릴, 점수 인식, 그립 싸움 중심이다. ADCC 준비 도장은 레슬링, 스크램블, 서브미션 위주 훈련이 많다. 서브미션 온리 도장은 쉬지 않고 오래 롤링하고, 컨트롤형 서브미션 훈련에 집중한다.

수련생들은 주변 환경을 닮는다. 그리고 그 환경은 시간이 흐르면 ‘그 도장의 문화’가 된다.

🔄 룰이 키운 기술 vs 묻힌 기술
- 베림볼로와 라펠 가드는 IBJJF 점수제 덕에 성장했다.  
- 가드에서 일어나 레슬링하는 건 ADCC에서 필수가 되었다.  
- 힐훅 금지 덕에 스트레이트 앵클락은 유일한 레그락으로 남았다.  
- 인버트와 딥 하프는 포인트 게임에선 강했지만, 서브온리에서는 백 노출 위험 때문에 잘 쓰지 않는다.  
- 리핑과 50/50은 한때 금기였지만, 지금은 모든 무대에서 핵심이다.

🏁 결론 – 룰은 경기만 심판하는 게 아니라, 경기를 설계한다
브라질리안 주짓수의 룰은 단순한 심판 가이드가 아니다. 룰은 기술의 진화 방향을 만든다. 어떤 기술은 부각되고, 어떤 기술은 묻힌다. 어떤 태도는 격려되고, 어떤 전략은 비난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룰은 한 세대의 마인드셋을 결정짓는다.

다음에 롤링할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룰북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나, 아니면 진짜 싸움을 준비하고 있나?

어느 쪽이든 틀린 건 없다.  
하지만 그 차이를 자각하는 것,  
그게 바로 진짜 블랙벨트 마인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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