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짓수 역사에 대해 파헤치다 14탄 – 국가별 브라질리안 주짓수 스타일의 차이와 문화적 배경 목차
브라질리안 주짓수를 얘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그저 하나의 스타일로 단일화해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BJJ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단순히 복제된 게 아니라 각국의 문화에 따라 진화했다. 브라질에서 미국, 일본에서 스칸디나비아까지, 각 나라의 문화와 훈련 철학, 그리고 대회 규정에 따라 BJJ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지금부터 각국에서 주짓수가 어떻게 뿌리내리고, 그 뿌리가 어떻게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는지를 살펴보자.
🌎 브라질: 시작점이자 뿌리
모든 것은 브라질에서 시작됐다. 초기 브라질리안 주짓수는 발레 투도(Vale Tudo) 경기와 실전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BJJ는 직접적이고 거칠며, 생존 중심의 실전 스타일이었다. 포지셔닝, 압박 패스, 포지션 지배, 실전 중심의 서브미션 등이 핵심이었다.
브라질의 전통적인 도장들은 스파링(롤링)에 많은 시간을 쓰고, 드릴링은 비교적 덜 강조했다. 수업 방식도 비교적 자유로웠지만, 강도는 항상 높았다. 계보를 중시하고, 스승에 대한 충성과 강한 신체적 훈련이 문화의 중심이었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 프로젝트의 등장, 대회 시스템의 확장, 경제적 변화가 맞물리며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운동 능력과 창의력을 결합하며 특히 파벨라 지역에서 주짓수를 기회로 바꿔낸다.
🇺🇸 미국: 시스템과 분석의 나라
BJJ가 미국에 들어온 것은 1990년대, 특히 UFC 1 이후였다. 미국은 BJJ를 단순히 수용한 것이 아니라 ‘산업화’했다. 미국식 BJJ는 빠르게 구조화되고, 분석 중심의 대회 지향형 스타일로 바뀌었다.
미국 도장들은 드릴, 포지션 스파링,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강조한다. 많은 지도자들이 온라인 강의, 영상 분석, 기술 세트 등을 통해 시스템화된 교육을 제공하며, BJJ Fanatics 같은 플랫폼은 이를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 미국은 레슬링 문화를 결합해 강력한 탑 게임과 역동적인 스크램블을 만들어냈다.
문화적으로도 미국은 개인주의와 창업 정신이 강하다. 브랜드화, 개인 도장 창업, 지식의 상업화가 활발하다. 많은 지도자들은 MMA, 레슬링, 피지컬 트레이닝까지 교차 수련한다. 그 결과는? 체계적이면서도 운동 능력이 뛰어난, 그리고 비즈니스 감각까지 갖춘 BJJ 스타일이다.
🇯🇵 일본: 전통과 현대의 공존
BJJ가 일본으로 돌아온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주짓수의 뿌리인 유도와 일본 전통 유술이 시작된 그 땅에서, BJJ는 새롭게 뿌리를 내렸다. 일본 수련자들은 BJJ에 강한 규율, 형식, 정밀함을 더했다. 접근 방식은 체계적이고, 존중과 기술 완성도를 중시한다.
일본의 BJJ는 깔끔한 전환, 높은 성공률의 기술, 포지션 컨트롤을 중시한다. 화려한 기술보다는 기본기의 완성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많은 도장들이 전통 도장처럼 엄격한 수업 구조와 예절을 따르며, 겸손과 절제가 문화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노기와 서브미션 그래플링 중심의 젊은 세대가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서양의 영향을 기술적으로 접목하며, 전통과 현대가 결합된 새로운 하이브리드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 스칸디나비아: 구조와 효율 중심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는 BJJ에서 의외로 강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의 특징은 명확한 체계, 공동체 중심의 문화, 그리고 효율 중심의 수련 방식이다.
수업 방식은 과학, 교육학, 데이터 기반 학습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세미나 중심 교육, 포지션별 연구 그룹, 피드백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다. 수련자들은 기술적으로 매우 깔끔하며, 공격성과 컨트롤을 균형 있게 다룬다.
문화적으로는 평등, 공동 책임, 겸손이 바탕이 된다. 스승에 대한 지나친 숭배보다, ‘함께 배우는 여정’이라는 개념이 강조된다. 유럽에서 세계 무대를 누비는 상위권 선수들 중 다수가 이 지역 출신이다.
🇷🇺 러시아: 삼보의 투지와 BJJ의 융합
러시아의 BJJ는 비교적 젊지만, 강도가 높다. 전통적으로 삼보와 유도가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러시아식 BJJ는 테이크다운 중심, 자세 유지, 압박이 특징이다.
러시아 그래플러들은 그립, 체인 레슬링,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한다. 가드보다는 상위 포지션 유지와 압도적인 컨트롤로 승부를 본다. 훈련 문화도 군사적이고 강도 높은 편이지만, 최근엔 다양한 스타일로 조금씩 열려가고 있다.
🇦🇺 호주: 유연함과 야외 감성의 결합
호주는 BJJ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세계적인 선수와 코치를 배출했다. 스타일은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느슨하지만 위험한 스타일”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크레이그 존스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노기 씬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훈련 방식은 서핑 문화처럼 느슨한 에너지와 꾸준한 성실함이 결합되어 있다. 플로우 롤링, 레그락, 트랜지션을 중시하고, 개방성과 균형을 추구한다. 모든 스타일로부터 배우는 데 거부감이 없는 문화다.
🇰🇷 대한민국: 규율과 폭발력의 조화
한국의 BJJ는 빠르게 성장 중이며, 문화적 배경은 ‘존중’, ‘서열’, ‘강한 훈련’ 중심이다. 태권도나 유도 경험자들이 많은 만큼, 기본기가 단단하고,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
훈련은 체계적이고 강도가 높으며, 군대식 규율이 느껴진다. 최근 한국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 점점 더 자주 등장하며, 폭발적인 움직임과 깔끔한 기본기로 주목받고 있다. 노기, MMA와의 접점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 온라인의 영향과 경계의 소멸
전 세계적으로 하나로 묶는 힘은 바로 ‘인터넷’이다. 유튜브, 인스트럭셔널 영상, 실시간 경기 중계는 스타일의 국경을 허물었다. 이제 핀란드의 화이트 벨트도 뉴욕의 블랙 벨트와 같은 레그락을 배울 수 있다.
이런 글로벌 교류는 BJJ를 동질화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역별 다양성도 키우는 역할을 한다. 기술은 비슷해져도, 그걸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가르치고’, ‘어떤 태도로 수련하는가’는 여전히 국가마다 다르다.
⚖️ 왜 스타일은 여전히 중요한가?
BJJ가 글로벌하고 접근 가능한 무술이 되었다 해도, 각국 스타일의 차이는 단순한 기술 이상이다. 우리는 훈련 방식에 문화와 사고방식을 담는다. 어떤 나라는 효율을, 어떤 나라는 창의성을, 또 다른 나라는 전통이나 혁신을 중시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건 BJJ의 다양성뿐 아니라, 각 나라의 문화적 풍요로움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리우에서, 뉴욕에서, 도쿄에서, 오슬로에서 수련하는 각각의 주짓수는 그 지역 사회의 가치와 철학을 담고 있다.
🏁 결론 – 하나의 무술, 수많은 목소리
브라질리안 주짓수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수많은 언어로 말한다. 브라질의 투지, 북유럽의 체계, 일본의 정밀함, 미국의 기업가 정신까지—각 나라는 전 세계 매트 위에 자신만의 무언가를 더하고 있다.
우리를 하나로 묶는 건 ‘기술’이고, 우리를 다르게 만드는 건 ‘문화’다. 이 보편성과 지역성 사이의 균형 속에서, BJJ는 무술 그 이상으로—움직임과 도전, 그리고 인간 간 연결의 언어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