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그레이시(Roger Gracie)는 주짓수 역사상 가장 기술적으로 완성된 선수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과장된 움직임 없이도 상대를 압도하며, 마치 산속의 불곰처럼 묵직하고 안정적인 스타일을 구사합니다. 기본기만으로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그의 경기력은 "주짓수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그레이시 가문의 후예이자, IBJJF 세계선수권에서 **10개의 금메달**을 따낸 로저는, "클래식 주짓수"가 실전에서 얼마나 강력한지 증명해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최근의 화려한 스크램블이나 노기 스타일과는 반대로, 로저는 정석적인 포지셔닝과 정확한 서브미션으로 경기를 지배해왔습니다. 그가 사용하는 기술은 매우 단순하지만, **그 정밀도와 타이밍은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로저 그레이시 주요 스펙
- 이름: Roger Gracie
- 생년월일: 1981년 9월 26일
- 국적: 브라질 / 영국 (이중 국적)
- 체급: 슈퍼헤비급
- 소속 팀: Gracie Barra
- 주요 타이틀: IBJJF 블랙벨트 세계 챔피언 10회, ADCC 챔피언, MMA ONE Championship 챔피언
- 스타일: 정통 ‘기’ 주짓수, 압도적인 마운트 게임, 포지션 기반 서브미션
로저의 가장 큰 강점은 **기본기에 대한 신뢰와 숙련도**입니다. 스스로 “내 전략은 단순하다. 마운트로 올라가고, 초크로 끝낸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복잡한 테크닉보다는 **완벽에 가까운 포지셔닝과 정확한 움직임**으로 승리를 쟁취합니다. 그가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모든 상대를 서브미션으로 제압하고 더블 골드를 획득했을 때, 주짓수 팬들은 그를 ‘완벽한 선수’로 칭했습니다.
왜 로저 그레이시는 불곰인가?
로저의 스타일을 동물로 비유한다면, 단연 불곰(Grizzly Bear)이 가장 어울립니다. 불곰은 강력한 근력과 느릿한 움직임 속에서도 상대를 놓치지 않는 치명적인 동물입니다. 로저 또한 빠르게 움직이지 않지만, 항상 균형을 유지하고 무게중심을 지배하며,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 포지션을 잡고 상대를 제압합니다. 주짓수의 본질이 ‘균형과 효율’에 있다면, 그는 그 철학을 구현한 선수입니다.
오늘의 주짓수 기술 — 크로스 초크 (Cross Choke)
크로스 초크는 ‘기’를 입은 상대에게 사용하는 기본적인 서브미션이지만, 로저는 이 기술을 가장 완벽하게 사용하는 선수입니다. 특히 마운트 포지션에서의 크로스 초크는 그의 대표적인 피니시 무브로, 많은 월드 챔피언조차 이 기술에 항복했습니다.
그가 사용하는 크로스 초크는 단순한 팔의 힘이 아니라, **무게중심의 조절, 라펠의 깊이, 턱 압박, 그리고 체중 분산**을 종합한 정교한 시스템입니다. 초보자가 보기에 단순해 보이지만, 그 정확성과 일관성은 수십 년간의 반복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크로스 초크 실행 방법 — 5단계
- 1단계: 마운트 포지션 고정
상대 몸통 위에서 무릎을 넓게 벌려 양옆을 고정하며 안정된 마운트 포지션을 확보합니다. 체중을 분산시켜 브리지에 흔들리지 않게 합니다. - 2단계: 첫 손 삽입 (깊게)
자신의 한 손을 상대 라펠(깃) 안쪽으로 깊숙이 집어넣습니다. 손등이 상대 목에 밀착되도록 하고, 손바닥은 바깥을 향하게 세팅합니다. - 3단계: 반대 손 교차 삽입
다른 손을 반대편 라펠 안쪽으로 찔러 넣으며 X자 형태로 손이 교차되도록 만듭니다. 두 손 모두 손목이 꺾이지 않게 수직을 유지해야 합니다. - 4단계: 팔꿈치 당기기 + 체중 싣기
양 팔꿈치를 바닥 방향으로 끌어내리며, 가슴을 상대에게 밀착시켜 체중을 함께 실어줍니다. 턱이 아니라 목을 조일 수 있도록 라펠의 위치를 조정합니다. - 5단계: 마무리 압박
적절한 압력으로 천천히 압박을 가합니다. 상대의 반응을 보며 조절하고, 목에 충분한 압박이 가해졌을 때 탭을 유도합니다.
기술 이상의 철학: 로저의 주짓수
로저 그레이시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강한 선수를 넘어, **주짓수의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한 상징적 존재**입니다. 그의 매 경기는 우리가 왜 ‘기본기’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를 가르쳐 줍니다.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고, 그 흔들림 없는 자세가 전설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많은 선수들이 크로스 초크나 마운트 서브미션을 간과하지만, 로저는 이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의미가 있고, 그 의미가 기술을 넘어서 '가르침'이 됩니다.
한마디 정리
“주짓수는 단순한 기술의 나열이 아니라, 철학과 원칙의 표현이다. 불곰처럼 우직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주짓수를 구축하라.”